산부인과 의사들이 '인공임신중절 수술 전면 거부' 선언하며 한 말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며 밤을 새우는 산부인과 의사가 비도덕적인 의사로 지탄받을 이유는 없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17일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을 개정해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포함시키고 이를 어길 시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하겠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예전에도 불법 낙태를 행정처분 해왔다”며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유형을 세분화하여 현행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보완했을 뿐 종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선 의사들의 반응은 다르다. 김동석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는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아야 자격정지가 이뤄졌는데 행정처분규칙 개정으로 법원 판결 없이 복지부가 산부인과 의사들에 대해 자격정지를 내릴 수 있게 돼 차이가 있다”며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들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저출산의 가혹한 현실을 마다하지 않고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며 밤을 새우는 산부인과 의사가 비도덕적인 의사로 지탄받을 이유는 없다”며 ”낙태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수많은 임신중절 수술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원인 및 해결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여성과 의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임신중절수술의 음성화를 조장해 더 큰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행정규칙 개정의 근거가 된 모자보건법 제14조는 1973년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도 의학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유전학적 장애나 전염성 질환은 기형아 유발 가능성이 있는 모체질환이라는 이유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허용하면서 무뇌아 등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선천성 기형에 대해서는 수술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며 임신부에게는 가혹한 입법 미비”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김동석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산부인과 전문의 1800명 설문 결과 91.7%(1651명)가 ‘정부가 고시를 강행할 경우 낙태 수술거부 투쟁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23일 성명에서 ”파업으로 개정안에 대응하는 것은 여성들 입장에선 퇴행적 조치가 가중되는 것일 수밖에 없다”며 ”진정으로 개정안을 바꿔내고자 한다면 개정안을 통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여성들의 입장에 공감하는 자세가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신중절보건복지부가 결국 2년 만에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낙태 수술'을 포함시켰다


NYT 한국 낙태문제 주목, 임신중절 합법화 논란 비중있게 다뤄

헌법소원 등 소개

뉴욕타임스(NYT)가 한국의 낙태죄 폐지 논란을 비중 있게 조명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타임스가 북한 이슈가 아닌 한국사회 내부의 현안에 주목한 것은 이례적으로, 찬반 입장을 함께 소개하면서도 '낙태죄 폐지론(낙태 합법화)'에 다소 힘을 실었다.

타임스는 14일 '낙태금지 폐지론이 힘을 얻고 있다'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은 제한적인 낙태법을 가진 몇몇 부유한 국가들 가운데 한 곳"이라며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거나 산모의 건강이 우려되는 예외사항들이 아니라면 낙태는 불법"이라고 전했다.

낙태 합법화 찬성론자들은 인터뷰에서 낙태금지법이 별다른 실효 없이 여성을 범법자로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여성들의 선택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여성의 정신적·신체적 충격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낙태를 줄이는 게 최종 목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임스는 특히 "헌법재판소는 올해 낙태법 사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이며, 문재인 정부도 관련 실태조사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청와대는 8년간 중단됐던 정부의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재개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해 2월 낙태죄 조항인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이 위헌인지를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해 심리 중이다.

여성단체 회원들이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낙태를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규정한 입법을 철회하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미프진 등 '불법 먹는 낙태약' 여전히 활개…단속에도 버젓이

(미프진 판매 사이트 캡처) © News1



"낙태수술은 먹는 낙태약이 없는 경우에 하던 방법입니다. 낙태약은 현재 세계 119개 국가에서 연간 7000만명의 여성이 복용하고 있습니다." 

임신중절 등 낙태가 금지된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불법 낙태약 거래가 활개를 치고 있다. 경찰 등 사법당국이 수시로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불법 낙태약은 여전히 단속의 눈을 피해 은밀하면서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낙태약은 포털사이트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낙태약을 판매한다는 수많은 사이트 중 하나를 들어가자 미프진과 싸이토텍 등 일명 '먹는 낙태약'에 대한 소개와 구매방법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사이트마다 가격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미프진은 35만원에서 40만원 선에서 판매된다. 위궤양 치료를 위해 쓰이지만 분만유도 효과가 있어 낙태약으로 활용되는 싸이토텍은 80만원대에도 거래된다.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도 전문의 처방이 있어야만 구입 가능한 미프진 등 먹는 낙태약은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된 이후 하혈을 유도해 이미 자라고 있는 태아를 사출(瀉出)시키는 약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낙태가 불법인 한국에서는 유통과 거래 자체가 불법이다. 

'공식 정품몰'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는 한 사이트는 "낙태수술은 먹는 낙태약이 없는 경우에 하던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사이트는 "12주 이내 낙태가 합법인 유럽과 영국, 미국에서는 수술보다 불임 등 부작용이 없는 낙태약을 선호한다"며 "낙태약은 현재 세계 119개 국가 연간 7000명 이상의 여성이 복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사이트는 한국의 경우 저출산 문제로 인해 여성들이 출산을 강요받고 있다며 이로 인해 낙태수술로 후유증이 심각해도 '좋은 기술'인 낙태약 등을 개발할 수 없는 처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신기간에 따른 복용방법과 스마트폰 메신저 등을 통한 1대 1 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었다. 

구입은 신청서를 작성하면 개별적으로 안내되는 계좌번호를 통해 입금을 해 약을 받거나 혹은 약을 미리 받아 복용한 뒤 지불을 마치는 후불구매 등으로 진행됐다. 각 사이트의 구매란을 통해 최근 한달 동안에도 수십명이 구매를 마친 것이 확인됐다. 
 

(미프진 사이트 캡처) © News1


이들은 '후기 게시판'을 통해 "정말 감사하다" "유산을 확인했다" "정말 은인이다"라는 등의 글을 올렸다. 후기 글만 각 사이트 당 수백여개에 달했다. 

임신 5주차에 미프진을 복용했다는 한 여성은 "어제 최종 확인했는데, 유산이 잘 됐다고 한다"며 "잘 끝나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낙태약 구입과 복용 자체가) 불법이지만 이런 약을 판매해줘 정말 감사하다"며 복용 후 날짜에 따른 자세한 복용 후기를 올렸다. 

임신 3주와 6주차, 2차례에 걸쳐 미프진을 복용했다는 한 여성은 "차가운 분위기의 산부인과에서 검진을 받고 임신 소식을 들었다"며 "약물로 인한 낙태와 중절수술 모두 장단점이 있으니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는 "약물로 최대한 조용히 수습할 수 있어 다행이다"라며 "무겁게 마음에 새기고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덧붙였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이후 임신사실을 알고 낙태약을 택했다는 한 여성도 "이 약을 복용해봤다는 지인의 소개로 약을 접했고, 복용하게 됐다"며 "혼자서 병원에 가려고 하니 창피하고 눈물만 나와 도저히 병원에 갈 수 없었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어 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공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의 처방 없이 '무조건 먹기만 하면 낙태가 된다'는 판매자들의 말만 믿고 낙태약을 복용하고 부작용을 겪었다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결혼 후 원치 않은 둘째를 임신하게 돼 미프진을 찾았다는 한 여성은 복용방법을 확실하게 숙지하지 못했다며 "아이를 낳을 때 겪는 진통과 비슷한 복통을 앓고 결국 병원에서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안전성은 담보되지 않은 채 버젓이 거래되고 있는 낙태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윤보현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불법인 낙태약을 무분별하게 구입해 임의로 복용할 경우 자칫 심각한 부작용과 더불어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며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낙태약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사이트를 적발하고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차단하고 있다"며 "사이트의 주소지가 국내 주소지이고 물건 판매가 확실할 경우에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8월까지 1만3890건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 이중 8866개의 사이트를 차단 조치했다고 밝힌 식약처 측은 "낙태약 판매 사이트들은 마치 불법음란물 사이트처럼 차단조치에도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며 "품질조차 확인되지 않은 낙태약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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